그저 6.25의 다음날이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 했던 누군가가 또 갔다. 가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자꾸 사라진다. 한 시대가 이렇게 사라지는 구나-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기억 속에서 언제나 황제이자 슈퍼스타였던 사람. 대중 앞에서 모습을 감춘 후에도 그는 내게 있어 당연하게 황제였고 슈퍼스타였는데.
죽음은 언제나 서글프다. 이런 사람들의 죽음은 더욱 기이한 무엇이다. 그의 죽음을 알리는 텔레비젼 속에서, 그는 여전히 웃고 노래하고 춤을 추고 있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영원히 살아있는 것만 같다. 여전히 그의 네버랜드에서 아이들을 사랑하고 지구 평화를 걱정하며 계속해서 노래하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뭐가 그리 급하다고 훌쩍 떠났는지 모를 일이다.

안녕, 잘 가요. 남은 우리는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겠죠. 그럴 수 밖에 없겠죠. 죽음은 또다른 영원의 시작이며, 참으로 기묘한 아이러니다. 

근황4

Blue Caterpilier 2009/06/08 23:20


1. 계산을 마치고 버릇처럼 인사를 하니 손님이 웃으면서 말을 걸었다.

'언니, 너무 친절하시네요.'

나는 얼떨결에 웃으면서 입에 배인 인삿말을 건냈지만 정작 매우 기이한 기분이 들었다. 그 날 따라 너무 일이 하기 싫던 참이었다. 온종일 책이나 붙들고 앉아 건성으로 계산을 하던 내게 불쑥 내밀어진 그 말은, 우습게도 일 하는 내내 들러붙어 있던 짜증과 노곤함을 너무 간단하게 치워갔다.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순간 던져진 그 한 마디에 나는 매우 부끄러웠고, 그렇지만 동시에 무척 고마웠다.



2. 밥도 못 먹고 뛰어나와서 일하는 중에 급한대로 빵을 우겨넣고 있었다. 좋아하지도 않는 연유 크림빵이지만 배가 고픈 김에 꾸역꾸역 먹고 있는데 손님이 불쑥 들어왔다. 종종 오실 때마다 친근하게 말을 걸어주셔서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분이었다. 빵을 밑으로 밀어넣고 벌떡 일어난 나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자기 콧등을 가리키며 문득 웃으신다.

'저기, 크림 묻었어요.'
'......네?'

나는 당황해서 콧등을 문질렀다. 하필 이 와중에 묻어있을 것이 뭐람. 나는 당황해서 되지도 않게 죄송하다는 말을 웅얼댔고, 손님은 자기한테 죄송할 것이 뭐가 있냐며 평소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내신다. 그 걸로 저녁을 때우는 거냐, 식사는 잘 해야하지 않겠느냐, 자기도 이런 아르바이트 해봐서 아는데 정말 이것저것 잔뜩 땡기더라. 손님이 나간 후, 나는 기분이 한껏 좋아진 것을 깨닫는다. 우리 학교 조교님이세요. 웃는 얼굴도 너무 사랑스러우시고 엄청 귀여운 미인이시죠. 자주 볼 수 있다면 좋겠는데.



얼핏 스쳐가는 사람들이지만 세상에는 좋은 분들이 참 많죠. 요즘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당사자는 별다른 의미도 없이 예의상 건내주는 말일지라도 듣는 저는 기분이 참 좋습니다. 그래서 아직은 즐겁고 재미있어요.


근황2

March Hare 2009/04/04 23:35


최근 읽은 소설책들 감상 짧게 짧게. 뭔가 제대로 써보고 싶었는데 요즘 머리가 텅 비어서 뭐가 안나오네요-_- 추리소설 주간인지 추리 종류만 주구장창 읽고 있습니다. 역시 일본 소설은 금방 금방 읽혀서 편하긴 하네요(웃음).



1. 하늘 속/바다 밑/도서관 전쟁
-소금의 거리로 데뷔한 아라카와 히로 시리즈입니다. 소금의 거리는 안 읽어봤습니다만 한국에 출판된 다른 작품들은 다 만족스럽더군요. 가면 갈수록 재미있는 이야기를 써주는 작가라 앞으로도 나온다면 계속 구입할 것 같습니다.
하늘 속/바다 밑은 괴수물... 이라고 해야하나. 각각 하늘에 숨어있는 미지의 생명체와 바다에서 올라온 거대 가재 레갈라스를 퇴치하는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바다 밑이 더 재밌었군요. 딱 부러진 여고생과 츤데레 군인이라니 로망이다.  
도서관 전쟁은 애니를 딱히 좋게 본 편이 아니라서 미루고 있었습니다만 소설 쪽이 훨씬 재미있네요. 현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더할나위 없이 싱크로하면서-_- 읽을 수 있습니다. 딱히 달갑지는 않구나... 하지만 딱히 논픽션 소설도 아니고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캐릭터도 그렇고 스토리도 그렇고 주제도 뚜렷하고 최근 읽은 라이트 노벨 중에 제일 좋았네요. 일단 커플 모에도가 최강입니다. 키 차이 커플 정말 좋구나. 대원에서 별책도 내주면 좋겠는데. 이런저런 후일담이 보고 싶어서요:)


2.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나이팅게일의 침묵/제너럴 루주의 개선
-가이도 다케루의 매디컬 엔터네이먼트(?) 시리즈입니다. 술술 잘 읽히는 책이더군요. 전직 의사라더니 분위기도 리얼하고 나름 현 의료 체제에 대한 문제 의식도 얼핏 비쳐주고. 추리물이라기에는 별다른 트릭이나 해결편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심리 미스터리 쯤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냥 재미있는 의사들과 간호사를 보기 위한 매디컬 소설이라고 생각하셔도 될 듯. 그런데 정말 의사마다 코드명 하나 쯤 갖고 있는 건가. 병원의 인간 관계라는 것도 은근 재미있는가 봐요?
개인적인 취향도는 제너럴 루주-바티스타 수술팀-나이팅게일 순입니다. 아무래도 일반인이 생각하는 의사의 로망이란 수술과 응급실인 법이죠. 게다가 제너럴 루주에 박진감 넘치는 장면이 많이 모여있다보니. 그리고 제너럴 루주에 나온 하야미와 하나부사 커플이 참 제 취향이었어요. 쇼코는 하나부사 파인 제가 보기에 얄미웠으므로 뻥 차였을 때 쩜 고소하다고 생각했슴미다-_- 
한데 사건마다 의사들이 사직서를 내고 나가는데 괜찮은가, 도조 병원. 대학 병원의 고질적인 병폐라는 적자 문제보다 유능한 의사 부족으로 망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3. BitterXSweet Blood
-사실 이 감상이 너무 쓰고 싶었어요! 미친 듯이 웃겼거든요!! 왜냐하면 이게 일본판 트와일라잇이더라구요!!! 정말 걸작이예요!!!! 역시 어디라도 귀*니는 대세인가!!!!!
운동치+스스로를 평범하다고 생각한다+아름다운 밤색 머리카락+소심 성격+허무하고 소름 끼칠 정도로 아름다운 남자 주인공의 미모를 닥찬양하는 여자 주인공과 츤데레+너의 피는 나를 미치게해+위험하니 내게 다가오지 않는 편이 좋을 거야+내게는 오직 너 뿐이야를 읊고 다니는 남자 주인공이라니 이건... 이건... 진짜 미친 듯이 웃어재꼈다. 작가 두 사람이 태평양을 뛰어넘은 소울 메이트가 아닌가 의심이 갔어. 어쩜 이렇게나 닮을 수가ㅜㅜ 데굴데굴 굴러다녔어요ㅜㅜ 고로 스토리 설명은 불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생략합니다.
사실 저는 표지에 나온 은발 도도 미인 소녀가 여주인공이라고 생각했으므로 뒷통수를 퍽 맞은 셈입니다만(라고 적으면 모 님이 '소녀향 판타지가 그럴 리가 있겠어요?'라고 꾸짖으실 것 같다). 피 제공하는 여왕님을 닥경하는 하인 흡혈귀라니 제법 좋지 않은가... 라고 적고보니 이건 제 소설 설정이로군요-_- 아무튼 여러모로 뿜었으니 재밌어서 오케이었어요. 트와일라잇을 '여러가지 의미'에서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추천합니다.


4.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소년 계수기/뼈의 소리
-필명이 웃긴 남자() 이시다 이라의 이케부쿠로 위스트 게이트 파크 시리즈입니다. 그냥 개뿜으면서 읽었습니다. 일본 소년 갱들은 경기가 아주 좋은가 봐요. 무려 벤츠 끌고 브랜드 옷을 차려입고 다니는 소년 갱들의 '황제'라니. 게다가 등장 때마다 '싸늘한 목소리' '서늘한 냉기' '차가운 미소'를 달고 나오다니 한여름에도 시원하겠구려. 
언더 그라운드에 대한 남자의 로망을 잔뜩 모아놓은 듯한 소설입니다. 이케부쿠로 서문 공원, 폼나게 일컫는 말은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그 곳에서 살아가는 온갖 사람들의 이야기와 벌어지는 사건들을 해결하는 옴니버스 모음집입니다. 사건물을 좋아해서 재미있게 읽었어요. 다만 캐릭터 설정이 너무 남자의 로망 로망 로망!을 외치는 얘들이라 웃겼을 뿐이고() 주인공은 일명 이케부쿠로의 해결사로 통하는 과일가게 외동 아들인데, 인맥이 어찌나 무시무시한지 이케부쿠로 소년 갱들의 황제부터 경찰 서장까지 안 닿는 곳이 없더군요. 드라마도 괜찮다던데 볼까 생각 중입니다.


근황

March Hare 2009/04/04 22:52

어음, 블로그가 또 방치되었군요. 죄송합니다. 요즘 하는 일도 없는데 왜 이리 정신이 없는지 모르겠네요. 그 와중에 개강을 하고 알바를 하다보니 저는 맨날 돌아와서 잠만 자는 거고... 죄송합니다. 그간 읽은 책 감상이나 쓰겠습니다.



1. NG 라이프
-샴님과 털께서 추천해주셨습니다. 재미있었어요. 그림이 참 예쁜데도 스토리는 불안해서 안타까운 작가입니다만.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은 역시 불안해도 캐릭터가 다들 귀여운데다 개그가 좋습니다. 특히 우리 예쁜 미이는 노말과 ㅎㅁ...가 아니라 전생과 현생에서 갈팡질팡하는 바보 케이다이 따위 내버리고 그냥 언니랑 결혼합시다. 
폼페이의 검투사 시리크스였다는 전생의 기억을 지닌 주인공 케이다이는 사랑하던 아내, 셀레나가 환생하여 돌아오기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긴 시간을 뛰어넘어 드디어 만난 셀레나의 환생은 '남자' 중학생 유우마일 뿐이었고-_- 결국 ㅎㅁ와 노말 사이에서 흔들리는 케이다이의 격한 고뇌가 시작됩니다. 여자 '친구'로 환생하여 케이다이의 갈등을 더욱 깊어지게 하는 한 축인 전생의 친우 로레이우스, 셀레나를 소중히 여긴 나머지 시리크스를 죽일 듯이 미워하는 셀레나의 언니 스미르나, 전생에 충심으로 모셨던 주인 아그라이어 등이 줄줄줄 등장함에 따라 사건은 점점 더 꼬여가는데.    
얼굴도 잘 생기고 공부도 잘 하고 운동마저 빠지지 않는, 그야말로 스펙은 엄친아인데 남자로 환생한 '아내'때문에 매 화 고뇌하다 사정없이 망가지는 케이다이 안습(푸합). 이렇게 망가지는 순정 만화 남자 주인공은 정말 처음이예요. 그림도 정말 예쁘게 그리는 작가의 남자 주인공이건만 매 화마다 얼굴이(침묵). 개그도가 높은 순정 만화가 고프시다면 추천합니다. 저는 케이다이*미이와 더불어 은근슬쩍 레이나*유우마 밀어봅니다. 정말 쌍둥이스러워서 귀여워용. 


2. 아라카와 언더 더 브리지
-최고ㅜㅜ 간만에 마음껏 낄낄대면서 읽은 작품이네요. 추천해주신 사이암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제목 기억 안난다고 징징거릴 때 단번에 길을 제시해주신 소루님께도 더블 감사를(하필 책 찾기 전에 '아시아라이 저택의 사람들' 제목이 머리에 콱 박혀 버려서... 시작이 '아'인 무슨 다리 아래라는 것 밖에 기억이 안 났음. 하여 '다리 아래'로 죽어라고 검색했지만 절대 나오지 않았다).
빚을 지면 천식 발작이 일어나는 체질의 재벌 2세 리쿠는, 아라카와 다리 아래에서 살고 있는 전파계 소녀 니노에게 무려 '생명의 은인'이라는 빚을 지고 맙니다. 그리하여 천식 발작을 억제-_-하기 위해 자신의 연인이 되어 달라는 니노의 조건을 받아들여 아라카와 다리 아래에서 함께 살기 시작합니다. 스스로를 금성인이라도 믿고 있는 니노 외에도 자신을 캇파라고 주장하는 촌장, 전쟁 매니아 수녀님과 별 모양 탈을 쓰고 다니는 기타리스트 별군, 초능력 형제, 사디스트 목장 아가씨 마리아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나오는데 하나 같이 걸작이더군요. 아무래도 취향을 탈 것 같은 작품이긴 합니다만 저는 정말 강추합니다:)
지지 커플은 니노*리쿠와 마리아*수녀님입니다. 특히 마리아와 수녀님은 너무 제 취향이라 빼도 박도 못하겠어요. 수녀님 화이팅. 따뜻한 눈길로 지켜보며 응원하겠어요. 한데 뒷권은 언제 나오는지 3권 이후로 소식이 없군요ㅇ<-< 막 리쿠의 아버지가 등장할 것 같은 타이밍이었는데. 이렇게 재밌는데 너무하잖아.  


3. 백귀야행 17권
-리쓰 캐안습의 권이라고 이름하리. 간만에 즈카사가 다시 나왔건만 즈카사의 망할-_- 남자 친구도 같이 나오는 바람에 저는 땅을 치고 만 것입니다. 내가 구해주고 싶었는데... 라니 리쓰, 그냥 얼른 고백하쟈. 그건 이미 사촌 누나를 향한 애정이 아니라고. 즈카사도 즈카사지, '누나가 더 예뻐' 따위 말을 하는 사촌 동생이 어디있단 말입니까. 하긴 즈카사답다.
간만에 할머니와 할아버지 이야기도 나오고 좋긴 했는데 이마 이치코의 플롯은 가면 갈 수록 4차원을 해매는 듯 합니다. 그래도 17권은 조금 자기 페이스를 찾은 듯. 앞으로 계속 나아지길 기대 중입니다. 사부로와 아키라는 물론이지만 리쓰랑 즈카사, 저렇게 떡밥만 던져놓고 연재 끝내면 다 팔아치울테다ㅜㅜ 집안 사람들은 물론이고 돌아가신 할아버지에 만나는 사람들마다 족족 인연이니 한쌍이니 해놓고서 지금 상황만도 어이 없다구욧.  


4. QED 32권
-마법사 에피소드 좋았어요! 이게 대체 얼마만에 나온 토마가나 에피소드! 하고 구르면서 좋아하다 보니 고작 이 정도로 커플 에피소드라고 흥분하는 스스로가 슬퍼서 좌절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토마가 믿어 의심치 않는 상대라니, 굉장하잖나요. 이미 가족 등급에 올라선 셈이니까-가나가 유우가 부럽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죠-얼른 도장 좀 찍쟈. 가나 성 언제 바꿀 거니! 혼자 너무 빠르잖아 미묘하게 에이프릴 풀 클럽과 대치되는 구도라고 생각했어요. 이제 서로 한 방씩 주고 받은 셈이네요. 그런데 설마 다음 토마가나 에피소드는 64권? 무시무시하니 그러지 맙시다, 가토 모토히로씨.
이번에는 마법과 경제 관련 에피소드입니다. 이 작가 정말 너무 다방면으로 박식해서 무섭습니다... 얼마 전에 나온 CMB는 화석 관련이었고. 진짜 전공이 뭐였을까. 분명 이과계 같지만 이러다가 뒤통수 때려주면 무서울 거야.